[청라온=이원탁 기자] 2021년에 발표되고, 2022년 12월 22일에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그 속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고교학점제’가 바로 그것이다. 마치 대학교의 학점 제도처럼, 고등학교에서도 학점을 통한 교육 제도를 도입된 것이다.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의 폭을 넓히고 희망 진로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고교학점제는 밝은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대학교의 그것처럼 수강 신청을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정해진 규격 내에서 자유로이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학점을 부여한다. 고교학점제는 그러한 형태의 학점 제도가 한국의 고교 교육 체계 및 수능에 맞게 변형된 모습이다.
탐구 과목인 과학, 사회 분야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되었으며, 수능 필수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역시 최소한의 선택지를 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수능 체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체육, 예술,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의 예체능 과목에서도 자유로운 선택이 최대한 존중된다.
3분의 2 이상의 출석률과, 40% 이상의 성취율을 달성해야 학점이 인정되며, 그렇지 못하면 방학 동안 보충 수업받아 기준에 도달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통과 받지 못한 학생은 미이수로 처리된다. 결과적으로, 2025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들은 3년의 고교 생활 동안 총 192점의 이수 학점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고교학점제의 행방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는 개시된 지 7개월 만에 여러 문제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선택권을 부여받은 학생들은 여전히 대입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과목을 고르고 있다. 고1 학생 전체의 7.7%에 해당하는 3만 2천 명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현장에 종사하는 교사들도 압박감과 현실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아무런 개선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에서는 지난 달인 25일에, 고교학점제를 보완하기 위한 일련의 대책안을 내놓았다.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에서는 보충 시수(時數) 축소, 과목 강사 채용을 위한 예산 지원, 학교생활기록부 연간 기록 분량 축소 등이 제시되어 있다. 이 밖에도 기초학력 보장 강화 및 수행평가 부담 완화, 최소 성취 수준 지도 유연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개선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와 교원의 비판은 줄어들지 않는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의 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동시에, 입시와 수능 중심의 교육 제도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2017년부터 추진된 이래로, 약 8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많은 검토를 거쳐야만 했다. 물론 중간에 정부가 바뀌면서 기초가 변화할 수밖에 없기는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결과가 도출되고 나서야 동족방뇨(凍足放尿)에 가까운 방책을 촉구하는 현 세태는 많은 아쉬움을 낳는다. 학벌이 목숨만큼 소중히 여겨지는 사회에서 적지 않은 피해자가 나왔건만. 자유가 방임으로, 선의가 악의로 변질되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손해를 보았는가? 그들의 손해는 어떻게 배상해 줘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미 시행된 이상, 현재의 고교학점제는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고교학점제를 위해 투자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한 와중에, 이를 완전히 폐지하게 된다면 교육계에 또다시 혼란이 야기될 거라는 내용을 보충하면서. 확실히, 고교학점제의 완전 폐지는 섣불리 시행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개선하는 방향이 옳다.
그러나 우리는 해결책 강구 외에도 더 먼 미래의 예방책을 얻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자유는 어떻게 변질되는지, 우리는 너무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원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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