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1일 Friday
청소년 언론 '청라온'청소년 언론 '청라온'
폭언·협박과 반복적인 민원 등으로 흔들리는 교권을 형상화한 이미지. / ChatGPT(AI) 제공
폭언·협박과 반복적인 민원 등으로 흔들리는 교권을 형상화한 이미지. / ChatGPT(AI) 제공

흔들리는 교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최재원, 유원기자 · 2026.09.12 03:04 · 2026.09.12 03:10 수정 · 조회 5회

[청라온=최재원 기자, 유원 기자] 오늘날 학교에서 교사는 수업만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의 생활을 지도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학부모와 소통하는 역할도 맡는다. 그러나 교육적 판단이나 생활지도에 불만이 생겼다는 이유로 반복적인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제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교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2025년 5월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학년도에 열린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모두 4천234건이었다. 이 가운데 3천925건이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보호자 등에 의한 침해 유형 중에서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부당한 간섭’이 24.4%로 가장 많았다. 모욕·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협박 등이 뒤를 이었다.

물론 학교에 제기되는 모든 민원과 신고를 교권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학생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문제를 제기하고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며, 학부모에게도 자녀의 교육에 관해 의견을 전달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정당한 문제 제기와 교사를 압박하기 위한 악성 민원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강한 교권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과거 학교에서는 교사의 권위가 지금보다 훨씬 강했고, 학생들은 두발 제한과 체벌 등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했다. 교사의 지도가 부당하다고 느껴도 학생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의 영향으로 학생을 단순한 교육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보면, 2011년부터 교사는 도구나 신체를 이용해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직접 체벌을 할 수 없게 됐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당한 지도를 바로잡기 위한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학생의 인권이 강화됐다고 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보호받지 못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아동학대 관련 법과 신고 제도는 학대와 방임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목적과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생활지도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거나 교사를 압박하기 위해 신고 제도를 이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6년 7월 공동 포럼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는 2020년 116건에서 2024년 461건으로 늘었다. 다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줄었고, 이후 교권 침해에 대한 신고 인식과 관련 제도도 달라졌다. 따라서 이 수치만으로 실제 침해 행위가 정확히 네 배 증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침해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된 교육부 자료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202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제도가 도입된 뒤 17개월 동안 교원을 대상으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1천65건이었다. 교육감은 이 가운데 738건을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해 조사·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출했다. 전체 신고 중 수사가 끝난 438건 가운데 417건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종결됐다.

이 결과가 모든 신고가 거짓이거나 악의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불기소나 불입건으로 끝난 이유도 사건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고도 오랜 기간 조사와 수사를 받아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교육 현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신고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교사는 학생의 문제 행동을 보고도 적극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워진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있어도 민원과 신고를 걱정해 개입을 망설일 수 있다. 이러한 생활지도의 공백은 교사뿐만 아니라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학습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는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육감이 해당 행위가 정당한 생활지도였는지에 관한 의견을 조사·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절차도 시행되고 있다. 학교 민원 대응팀과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 역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마련된 제도가 학교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신고 초기부터 교육 전문가가 사건을 검토하고, 조사받는 교사에게 법률·심리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의적인 허위 신고나 보복성 민원에는 책임을 묻되, 실제 학대를 경험한 학생과 보호자의 정당한 신고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 중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조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권은 교사가 학생을 마음대로 통제하거나 과거처럼 체벌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교사가 정해진 원칙에 따라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교육활동의 권리다. 학생 인권 역시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무조건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학교로 돌아가서도 안 되지만, 교사가 아무런 지도도 할 수 없는 교실이 만들어져서도 안 된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함께 지켜야 할 두 가지 조건이다. 이제는 어느 한쪽의 권리만 강조하기보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안전한 교실을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최재원 기자, 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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