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같은 학생 신분임에도 일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통제할 권한을 부여하면서 학생 사이에 불필요한 위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2학생자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해야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역할을 맡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 3학생자치의 목적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통제할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생활에 직접 참여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청라온=최재원 기자] 선도부는 오랫동안 중·고등학교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학생 조직이다. 아침 등굣길에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의 복장이나 두발을 확인하고,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은 한때 학교생활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학생이 다른 학생의 복장과 행동을 단속하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학생자치인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의문이 제기돼 왔다.
선도부는 일반적으로 교사의 지도 아래 학교생활 질서 유지와 생활지도 등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많은 학생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선도부가 다른 학생의 복장이나 행동을 검사하고 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까지 담당할 경우 문제가 달라진다. 같은 학생 신분임에도 일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통제할 권한을 부여하면서 학생 사이에 불필요한 위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선도부 제도를 권위주의적인 학교문화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자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해야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역할을 맡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로 선도부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제도 자체를 없애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인천광역시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 인천 지역 중·고등학교 22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곳, 약 16.1%가 이미 선도부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중학교 130곳 가운데 20곳, 고등학교 94곳 가운데 16곳이 선도부를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생이 학생을 단속하는 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이후 일선 학교에 선도부 폐지를 권고하고, 상·벌점제를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선도부를 없앤다고 해서 학교생활 질서를 유지할 방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 서운고등학교는 기존의 단속 중심 생활지도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학교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활동을 진행했다. 월요일 등굣길에는 학생이 곰돌이 푸 인형 탈을 쓰고 학생들을 맞으며 프리허그를 하는 활동도 진행됐다.
교문에서 학생들의 복장을 검사하고 잘못을 찾아내는 대신, 지친 모습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즐겁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생활지도 역시 학생끼리 서로를 단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 중심의 지도와 학생자치 활동을 통해 운영할 수 있다. 학생이 학교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거나 학생자치기구를 통해 생활규칙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물론 선도부를 무조건 없애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선도부가 담당하던 교통안전, 등교지도, 학교행사 지원 등의 역할은 누군가 담당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한다면 그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도부라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학생자치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이다.
학생자치의 목적은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통제할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생활에 직접 참여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학교의 질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질서가 학생 사이의 감시와 단속을 통해서만 유지될 필요는 없다. 학교 규칙을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고, 학생 스스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배울 수 있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제 선도부를 둘러싼 논의 역시 단순히 ‘폐지할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생활지도에서 벗어나 학생이 학교 공동체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학생자치 모델을 고민할 때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