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기본사회 논의도 결국 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 2기본사회위원회가 설명하는 기본사회는 소득뿐 아니라 주거와 의료 등 삶의 기반을 폭넓게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 3더구나 현금 지급 실험이 주거와 의료까지 포함한 기본사회 전체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청라온=정승원 기자]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말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이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본사회 논의도 결국 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기본사회위원회가 설명하는 기본사회는 소득뿐 아니라 주거와 의료 등 삶의 기반을 폭넓게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보다 범위가 넓다. 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국민숙의단 토론회를 열고 AI 시대의 일자리와 소득보장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런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실업급여를 받던 사람 가운데 선정된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이 공개한 평가를 보면 고용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수급자들은 대조군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았고 자신의 경제 상황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명 참고할 만한 결과다. 다만 일부 실업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진행한 실험만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장기 정책의 효과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현금 지급 실험이 주거와 의료까지 포함한 기본사회 전체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새로운 지원을 위해 기존 복지를 줄인다면 오히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만큼이나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기존 복지와 어떻게 조정할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AI와 같은 기술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와 폴란드 국립연구기관 NASK의 2025년 공동 연구는 생성형 AI가 일자리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기존 업무의 내용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의 불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불안정해지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늘어날 수 있다.
이때 기존 복지제도가 그런 변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는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사회 역시 이런 현실적인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본사회가 실제 정책이 되려면 좋은 취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실제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사회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확인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둘러 찬성과 반대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먼저 만드는 일이다.
/정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