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6일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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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은가

최재원기자 · 2026.10.04 20:58 · 2026.10.06 08:39 수정 · 조회 4회
학부모의 교직원 갑질을 묘사한 이미지. / chatGPT (AI) 제공

― 학부모의 권리가 ‘갑질’이 되는 순간,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학생이다

[청라온=최재원 기자]

자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학교에서 부당한 일이 발생했다면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내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면죄부처럼 사용되고 있다.

교사의 말 한마디, 생활지도 하나, 평가 결과 하나까지 문제 삼으며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교사 개인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이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정당한 학부모의 권리는 ‘갑질’로 변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사가 학부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규칙을 지키도록 요구하며, 때로는 학생에게 불편한 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적 지도가 학부모의 항의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기보다 민원을 피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교사가 학생의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지도까지 포기한다면 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대신 요구해주는 어른이 아니다. 때로는 잘못을 지적하고, 책임을 가르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다.

물론 모든 학부모 민원을 ‘갑질’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학교에서 발생한 부당한 대우나 차별,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해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 역시 정당한 비판을 ‘악성 민원’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까지 권리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학교는 내 아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30명의 학생이 한 교실에서 생활한다면 교사는 한 명의 학생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한 학생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학생에게는 불공정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교육에는 개인의 요구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규칙과 책임,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함께 존재한다.

특히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갈등을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교의 문제는 학교의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교사의 개인 연락처로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감정적인 언어로 압박하거나,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의 업무와 일상을 침해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그것은 압박이다.

그리고 압박이 반복되면 교사는 결국 학생을 위해 필요한 판단을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질문해야 한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요구해도 되는가?”

그리고 동시에 학교도 질문해야 한다.

“교사의 교육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학생과 학부모의 정당한 목소리를 막고 있지는 않은가?”

해답은 학부모와 교사 중 한쪽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것은 서로의 권리에 명확한 경계를 세우는 것이다. 학부모에게는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고, 교사에게는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학생을 교육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학생에게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결국 학교의 중심에는 학부모도, 교사도 아닌 학생이 있어야 한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교사의 권리 역시 존중받아야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정당한 목소리를 막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부모가 교사를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교사가 학부모를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이겨야 할 대상은 학생을 중심에 두지 못하게 만드는 잘못된 학교 문화다.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무엇이든 요구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아이를 위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학교는 누군가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곳이 아니다.

학생이 배우고, 성장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그리고 그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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