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온=송근우 기자, 엄지민 기자] 청소년에게 “요즘 괜찮아?”라고 물으면 많은 학생이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학교 수업, 수행평가, 시험 준비, 학원, 진로 고민, 대외 활동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하루가 숨어 있다. 쉬는 시간이 있어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잠깐 휴대전화를 보거나 누워 있으면 “또 놀고 있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휴식은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공부를 충분히 한 뒤에야 허락받는 보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휴식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놀이와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휴식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쉬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쉴 수 있어야 하는 존재다.
현실은 이 권리와 거리가 멀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고등학생의 평균 학습 시간은 6시간 37분이었다. 특히 고등학생의 학교 외 학습 시간은 2014년보다 약 1시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원, 과제, 자기주도학습이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청소년의 하루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주요 결과도 청소년의 피로한 현실을 보여준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스트레스 인지율은 남학생 32.9%, 여학생 50.3%였고, 주관적 수면 충족률은 남학생 28.3%, 여학생 16.9%에 그쳤다. 다시 말해 많은 청소년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잤다고 느끼는 학생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청소년의 피로는 개인의 기분 문제가 아니라, 이미 통계로 확인되는 사회적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피로를 너무 쉽게 개인의 의지 문제로 돌린다. “다들 그렇게 산다.”, “지금 고생해야 나중에 편하다.”, “학생은 원래 공부하는 시기다”라는 말은 익숙하다. 물론 공부와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노력은 회복할 시간이 있을 때 지속될 수 있다. 쉬지 못한 채 계속 달리기만 하는 청소년에게 더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건강한 성장이 아니라 소진을 강요하는 일에 가깝다.
휴식은 공부의 반대말이 아니다. 제대로 쉬는 시간은 다시 집중하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기반이다. 청소년이 멍하니 있는 시간, 친구와 이야기하는 시간,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는 시간도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시간이 성적과 입시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생각은 청소년의 삶을 지나치게 좁게 만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쉬어라.”라는 말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학교는 과도한 수행평가와 시험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머물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청소년이 돈을 쓰지 않아도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 가정에서도 청소년이 쉬는 모습을 나태함으로 단정하기보다, 지금 얼마나 지쳐 있는지 먼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에게 쉴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공부를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본 조건을 마련하자는 뜻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인재이기 이전에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다. 성적표에 적히지 않는 시간도 청소년의 삶이며, 공부하지 않는 시간도 낭비가 아니다.
이제는 청소년에게 “더 열심히 하라”라고 말하기 전에 “충분히 쉬고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청소년의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라 권리다. 그리고 그 권리를 인정하는 사회에서 청소년은 지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송근우 기자, 엄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