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언론 '청라온' Blog 사설/칼럼 [칼럼] 게으른 구분과 금지 대신
사설/칼럼

[칼럼] 게으른 구분과 금지 대신

SNS 중독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사진=픽사베이)

[청라온=이원탁 기자]

‘우리는 이 법안의 시행이 완벽하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18세 미만 대상의 주류 판매 금지가 18세 미만이 절대 주류에 접근할 수 없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옳은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호주 의회에서 청소년 대상 SNS 금지 법안이 통과된 이후, 호주의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가 역설한 내용이다. 2025년 말에 효력을 발휘할, 그의 굳은 의지가 담긴 이 법률은 어째서 다시 수면 위로 오르게 되었는가?

사안의 찬반과 시비를 논하기에 앞서 배경과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현지 시각으로 지난해 11월 28일에 호주에서 제정된 청소년 SNS 금지법의 그것. 앤서니는 당해 11월 초에 SNS 제한을 추진하는 원인을 직접적으로 설명했다. 소셜미디어가 호주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까닭이었다.

그의 언급대로, 정치인들뿐 아니라 다수의 대중이 SNS를 청소년들의 종양으로 파악했던 것 같다. SNS 금지법은 압도적인 지지 하에 의회의 승인을 받았고,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 내용인즉슨, 기업들은 16세 미만 아동의 SNS 접속을 통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4,950만 호주 달러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에 유튜브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용자의 건강과 교육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경쟁사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지 시각으로 5일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운영사 메타, 스냅챗의 모기업 스냅, 틱톡은 유튜브를 제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문을 호주 통신부에 제출했다.

이중잣대로 비칠 수 있는 호주 정부의 태도는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다. 또한 동시에 고민거리를 남긴다. 제재 성격을 띤 법안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던 그들이며, 동시에 태도를 굽힐 수 없다고 천명한 그들이었다. 빗장을 걸어 잠근 대문 옆에 은근슬쩍 쥐구멍을 틔워 두다니. 그리고 쥐구멍 위에는 이렇게 새겨 두었다. ‘사용자의 건강과 교육을 지원하는 대상에 한정됩니다’

필자는 벌써 5년 전의 거리 풍경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사람들은 질병의 공포 때문에 밖으로 나가기를 꺼렸다. 대면 관계는 자연스레 감소하였고, 반대로 비대면 교류가 빈번하게 성사되었다. 식당 내에서 생기가 사그라들고, 학교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지며, 아무렇지 않게 누려왔던 일상이 뒤틀렸다. 그러한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세계보건기구를 위시한 건강 관련 기관들은 손 씻기 캠페인 시행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담은 주된 도구는 다름 아닌 SNS였다.

한편, 어느 때부터 사람들은 SNS의 정보 전달 기능에 주목하여 이를 장점으로 이용하려고 하였다. 교수자와 질문자가 학습 및 최신 연구를 공유하거나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Science Twitter, 쇼츠를 활용하여 과거 사건을 실감 나게 재현하는 #History Tok 등은 모두 SNS를 활용하였다. 이들 또한 교육 기능을 지원했다.

현대의 SNS는 특정 구분선을 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 발행한 2024년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이미 다방면에 있어 SNS와 삶의 융합, 그리고 활용 방식의 진전이 진행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상호 간의 소통 기능뿐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의견 표명, 정책 건의, 봉사 시〮위와 같은 사회 활동 전개 등은 SNS는 이전에서 무선호출기, 폴더폰 등이 수행하던 역할 이상의 기능을 부여받았음을 암시한다. 이토록 밀접해진 SNS와 현실의 간극을, 억제력을 활용하여 구분하고 분리하려는 시도가 가능할까? 능력의 불가(不可)를 떠나서, 과연 건전한 방식인가?

청소년의 SNS 이용 실태 증가, 그리고 생활과의 결합은 팬데믹 시기의 깊은 어둠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 국민대학교의 손영준 교수와 허만섭 교수가 저술한 『코로나19 확산 후 소셜미디어 이용과 무력감·외로움 체감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팬데믹 사태에 접어들면서 대학생들의 SNS 이용량은 급증하였다. 코로나와 연동된 지나친 SNS 이용은 무력감을 불러온다는 점을 연구는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연구에서는 비대면 시기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SNS의 적절한 활용이 오히려 외로움을 해소한다는 걸 시사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오늘날 심각해진 청소년 SNS 중독의 해결책을 모색하려면 다른 방향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게으른 금지 대신 말이다.

법률로 인간을 무언가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시도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었는지 우리는 과거에서 충분히 배웠다. 그것이 고찰이 결여되어 있다면 더더욱. SNS에 푹 빠진 청소년들의 구제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떻게 이를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멀어지게 할 수 있을까?

이원탁 기자

gaget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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