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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내일을 꿈꾸는 소년들… 농인을 위한 ‘이편한자막’

이편한자막 박서준 대표와 전지훈 개발자가 인터뷰 하는 모습 (사진 제공=청라온 사무국 기술지원팀장·이편한자막 대표 박서준)

이편한자막 박서준 대표와 전지훈 개발자가 인터뷰 하는 모습 (사진 제공=청라온 사무국 기술지원팀장·이편한자막 대표 박서준)

[청라온=송민지 기자] 누군가에게 꿈은 그저 먼 미래의 막연한 기대를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타인의 불편함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이 가진 배움으로 그 문을 직접 두드린 10대들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라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출발해, 세상에 없던 따뜻한 통로를 만들어가고 있는 고등학생 창업팀 ‘이편한자막’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 “자막이 있는데도 이해하지 못한다고요?”… 무작정 찾아간 현장에서 접한 진실

이편한자막의 박서준 대표와 전지훈 개발자는 관련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직접 발로 뛰며 몸으로 부딪쳐보기로 했습니다. 오직 ‘장애인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겠다’라는 뜨거운 열정 하나만을 품은 채 강동구 수어통역센터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통역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소년의 귀에 훅 들어온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자막이 있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요.”

“자막이 있는데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두 소년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어진 통역사님의 설명은 비장애인의 시선에 갇혀 있던 소년들의 생각의 틀을 깨뜨렸습니다.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일부 농인에게는 한국어 문장이 외국어처럼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뉴스에서도 다룰 만큼 명확하고 절박한 문제였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사실이 소년들의 마음에 계속 걸렸습니다.

“그럼 우리가 한국어를 수어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자.”

■ 완벽 대신 ‘빠른 실패’… 농인의 목소리로 완성한 AI 수어 자막

말은 쉬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한국어와 수어는 어순도, 문장 구조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 만들었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며칠을 헤매던 소년들은 곧 방향을 바꿨습니다. 완벽한 결과물을 골방에서만 만드는 대신,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초안을 빠르게 만들고 곧바로 다시 수어통역센터로 달려갔습니다.

실제 농인분들께 서비스를 보여드리며 무엇이 어색한지, 어디에서 이해하기 어려운지 현장의 피드백을 하나하나 수집했습니다. 그 목소리들을 들고 돌아와 서비스를 고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이 진심 어린 발걸음은 ‘제19회 서울시 직업계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1,095개 팀을 뚫고 은상이라는 값진 열매로 이어졌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소년들이 직접 발로 뛰며 인터뷰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로 확인한 서비스의 이유

그러던 어느 날, 농인협회 회장님께 직접 서비스를 보여드릴 소중한 기회가 생겼습니다.

화면을 한참 동안 유심히 들여다보시던 회장님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시더니, 이내 깊은 진심을 담아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짧은 한마디를 들은 순간, 소년들은 자신들이 만든 이 자막이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절박한 통로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획과 개발만 맡아오던 두 사람은 서비스의 가치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황연서 디자이너를 영입했습니다. 이로써 대표·개발자·디자이너로 구성된 3인 체제의 이편한자막 팀이 완성되었습니다.

■ 세상의 모든 소리가 눈으로 전해질 때까지

지금의 일반 방송 자막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일부 농인에게는 문장 구조 자체가 낯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편한자막은 일반 자막을 AI 기술로 한국수어 문법에 맞게 직관적으로 풀어 전달합니다.

현재 이편한자막은 ‘하나소셜벤처유니버시티 5기’에 선정되어 실질적인 상용화 지원을 받으며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26 서울진로직업박람회’ 체험 부스에 참가했으며, 올해 정식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추가 인터뷰 대상자와 도입 기관을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남을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무작정 문을 두드렸던 고등학생들의 발걸음이 어느새 든든한 팀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느꼈던 따뜻한 진심을 가슴에 품은 채 장벽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송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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