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이번 행사는 자치교육 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가 주최하고 청소년 아젠다랩이 협력했으며, 학습자 주도성과 청소년 자치의 의미를 살펴보고 청소년 참여기구의 운영상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2김연우 청소년아젠다랩 대표, ‘허용된 질문만 강요받는 가짜 자치’ 문제 제기 김연우 청소년아젠다랩 대표는 청소년 참여기구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형식적 자치의 한계를 지적했다.
- 3이는 청소년 자치가 단순히 청소년에게 활동을 맡기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청라온=최재원 기자]
지난 10월 11일, 남동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자치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자치교육 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가 주최하고 청소년 아젠다랩이 협력했으며, 학습자 주도성과 청소년 자치의 의미를 살펴보고 청소년 참여기구의 운영상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를 주최한 자치교육 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는 청소년의 주도적인 배움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학습자 중심의 자치교육 모델을 연구·개발하며 민주적인 교육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학습자 주도성의 개념과 성장 과정, 청소년을 위한 조력자의 역할, 대안교육의 방향, 청소년 참여기구의 운영상 문제점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청소년에게 단순히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또한 청소년의 주도성은 개인의 의지와 능력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적절한 지원과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청소년 참여기구 역시 형식적인 참여에 머무르지 않고, 청소년의 의견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는 점이 주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학습자 주도성의 의미와 배경…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주도성일까
첫 번째 발제에서는 학습자 주도성의 개념과 배경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에서는 학습자 주도성을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의지와 능력으로 설명하며, 주도성이 단순히 주어진 활동을 스스로 수행하는 능력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선생님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맡겼다면, 우리는 정말 주도적으로 활동한 걸까요?”라는 질문을 통해 학습자 주도성의 본질을 짚었다. 청소년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주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학습자 주도성은 목표를 설정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실천하며, 자신의 경험과 결과를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 따라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반드시 리더의 역할을 맡아야만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제시하고, 기존의 결정에 반대 의견을 내는 행동 역시 학습자 주도성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의 주도성을 직책이나 활동 실적,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얼마나 많은 일을 수행했는지만이 아니라, 청소년이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OECD 학습나침반 2030과 공동주도성
발제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습나침반 2030(OECD Learning Compass 2030)’도 주요 개념으로 다뤄졌다. 이와 관련해 개인의 주도성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행동하는 공동주도성(co-agency)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청소년은 혼자서 성장하는 존재가 아니다. 교사와 부모,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발전시켜 나간다. 따라서 청소년의 주도성을 지원할 때도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관계와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발제에서는 청소년과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지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개인의 주도성과 공동의 주도성이 함께 성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소년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개인의 고유성과 공동체의 공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개인마다 관심사와 생각, 원하는 역할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책임과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잘 살아가는 ‘총체적 잘살기’라는 지향점으로 이어졌다.
‘학습자 주도성 사다리’로 살펴본 청소년의 성장 과정
토론회에서는 자치교육 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가 제안하는 ‘학습자 주도성 사다리’도 소개됐다. 해당 사다리는 청소년의 주도성 성장 과정을 무기력 , 소속감 , 기본적 형식 , 적극적 참여 , 자발적 주도 , 공동체 자치 등 여섯 단계로 구분한다.
첫 단계인 무기력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활동에 참여할 동기를 찾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소속감 단계에서는 자신이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형성하며, 기본적 형식 단계에서는 참여에 필요한 기본적인 구조와 절차를 경험한다.
적극적 참여 단계에서는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자발적 주도 단계에서는 스스로 활동의 방향을 고민하고 필요한 행동을 실천한다. 마지막 단계인 공동체 자치는 개인의 주도성을 넘어 구성원들이 함께 공동체의 문제를 발견하고 논의하며 해결해 나가는 단계다.
이러한 단계는 청소년에게 참여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주도성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참여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했던 청소년에게는 소속감을 형성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과정부터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한 차례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주도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 번의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고 해서 주도성이 충분히 성장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경험을 성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에 따라 조력자의 역할도 강조됐다. 조력자는 청소년을 대신해 답을 정하거나 행동을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청소년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바라는 조력자의 역할과 대안교육의 방향
이어진 발제에서는 청소년을 둘러싼 지원 체계와 교육 환경에 관한 주제가 다뤄졌다.
최대웅 가좌청소년센터 청소년관장은 ‘청소년이 바라는 조력자의 역할과 지원 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경아 장수마을 공동체 열음학교 교장은 ‘청소년 대안교육과 대안교육기관’을 주제로 발표했다.
두 발제는 청소년의 성장과 참여를 지원하는 조력자의 역할, 대안교육의 방향을 살펴보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는 청소년이 자신의 삶과 배움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교육 환경과 지원 체계의 변화도 함께 필요하다는 토론회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김연우 청소년아젠다랩 대표, ‘허용된 질문만 강요받는 가짜 자치’ 문제 제기
김연우 청소년아젠다랩 대표는 청소년 참여기구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형식적 자치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이 정해진 질문과 의제 안에서만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구조를 문제로 제기하며, 청소년이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참여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참여기구는 청소년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사회 문제를 논의하며 정책과 제도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된다. 그러나 참여 범위가 기성세대가 정한 가이드라인 안에만 머무른다면 청소년이 실제로 원하는 문제를 제기하거나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허용된 질문만 강요받는 가짜 자치’라는 표현으로 제시했다. 청소년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실질적인 자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특히 청소년이 논의하기 어려운 의제가 금기시되거나 기존의 기준에서 벗어난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참여의 외형과 실제 권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이 정해진 의제에 답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의제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는 청소년 자치가 단순히 청소년에게 활동을 맡기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활동의 방향과 의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청소년의 의견과 판단이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참여기구의 격차와 학생부 기록 문제
김 대표의 발제에서는 청소년 참여기구 내부의 격차와 학생부 기록을 둘러싼 문제도 다뤄졌다.
참여기구별 운영 환경과 활동 기회가 다를 경우 청소년이 참여 과정에서 경험하는 조건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부 기관에서 외부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사례가 문제로 언급됐다. 이러한 환경은 청소년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다른 기관이나 공동체와 교류할 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학생부 기록 문제 역시 청소년의 참여 활동을 둘러싼 주요 논점으로 제시됐다. 청소년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 경험이 어떤 기준으로 인정되는지, 기관별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을 때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아울러 청소년 참여기구를 등급화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됐다. 청소년 참여를 확대하고 자치 역량을 기르는 것이 참여기구의 목적이라면, 참여기구를 일정한 등급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소년 참여기구에 대한 지원 및 인정 기준을 통일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관마다 지원과 인정 기준이 다르면 청소년의 참여 경험이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활동 과정에서 불필요한 제약이나 격차를 경험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기준을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다.
청소년의 답을 대신 정하지 않는 지원 체계 필요
토론회에서 제기된 여러 논점은 청소년을 지원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청소년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청소년이 실제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활동에 참여하더라도 의제와 역할, 활동 방향이 모두 사전에 결정돼 있다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청소년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기존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안할 수 있다면 참여는 보다 실질적인 자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과 조력자는 청소년의 의견을 단순히 수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환경과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그 결과를 성찰할 기회가 필요하다.
또한 모든 청소년에게 동일한 역할이나 참여 방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되는 것만이 주도성의 표현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밝히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역할을 선택하는 것 역시 주도적인 참여에 해당할 수 있다.
형식적 참여에서 실질적 자치로
이번 청소년 자치토론회에서는 학습자 주도성과 공동주도성, 조력자의 역할, 대안교육의 방향, 청소년 참여기구의 운영상 문제점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학습자 주도성 사다리’는 청소년의 주도성이 개인의 의지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속감과 참여 경험, 자발적인 실천, 공동체 자치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청소년 참여기구와 관련해서는 허용된 의제 안에서만 이뤄지는 참여의 한계, 기성세대 중심의 가이드라인,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의 문제, 기관별 지원 및 인정 기준의 차이 등이 주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청소년 자치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청소년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청소년이 원하는 역할을 선택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며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삶과 공동체에 관한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선택과 성찰을 반복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주도성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번 토론회는 남동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습자 주도성과 청소년 자치의 의미를 살펴보고, 청소년의 참여가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실질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목소리가 실제 결정에 반영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질문은 청소년 자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