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전남 여수 지역 요트선착장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한 청소년 노동자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중이던 고 홍정운 (18세)군의 이야기이다. 현장실습이란, 특성화고 3학년 2학기에 의무적으로 이수해야하는 교과 과정으로, 학교에서 익힌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실습을 하며 적응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일선에선 다른 노동자와 똑같이 일하면서도 학생이라는 이유로 저임금과 단순 노동력 제공을 강요받으며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홍정운군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실습계획서에는 요트에 탑승하는 관광객에게 안전 안내 등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현장실습생이었던 홍군은 실습 계획에도 없는 요트 바닥의 따개비 제거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작업은 수중 잠수산업기사 국가기술자격증을 보유한 잠수사가 2인 1조로 작업해야할 만큼 고난도 업무였지만, 자격증은 커녕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무서워했다는 홍정운군은 홀로 일을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홍정운군이 실습 중 사망하자 교육당국은 대책의 일환으로 ‘현장실습 부당대우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19일이 지나도록 제보는 단 2건에 그쳤으며, 신고 내용은 수당 미지급과 폭언 제보였다. 이처럼 신고 건수가 적은 것에 대해 교육 당국은 "신고를 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특성화고 청소년들의 현장실습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기업과 학교, 교육부가 함께 청소년들이 전문 숙련노동을 배울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약속과는 다른 업무를 강요받고,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는데 급급하여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역시 허술한데다 학교가 아닌 낯선 곳으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실습생들은 아무런 지원 없이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각자 노동현장으로 흩어져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럽다보니 이들은 노동현장에서도 약자 중의 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이유로 일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근로에 초점을 맞춘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이후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수없이 외쳤지만 정작 그 목소리가 정부에는 닿지 않고 있다.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재발방지를 약속해왔지만, 그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교육 당국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홍정운군이 사망한 이후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약 1만2500명에 달하는 현장실습생 안전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12월 중에서는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 3월 신학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부디 더이상은 이땅의 청소년들이 현장실습 중 사고를 당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