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기술직 전문가가 뜬다

김은규 기자2021-11-11
편견없이 기술로 승부하자.

[청라온=김은규 기자] 기술직에 뛰어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늘고 있다. 책상에 앉아 밤새 코딩을 짜는 개발자나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현장에서 못질을 하고, 힘을 쓰는 블루칼라 기술직이 뜨고있는 것이다. 취업을 위해 너도나도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딥러닝을 공부할 때 이들 청년 기술자들은 땀을 흘리며 몸소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차별화된 노동자로 성장하고 있는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 대학입학률은 무려 70%에 달한다. 이런 교육에 대한 야망과 근면 성실함이 한국을 성장시킨 힘기도 했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소수의 좋은 대학과 몇 안 되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의사나 변호사, 대기업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기술직은 외면받아 왔고 젊은 기술 노동자의 수는 급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고수익을 창출하는 청년 기술자들이 틈새시장을 장악하며 새로운 고소득 기술 전문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예는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캐디피(골프경기운영 도우미 봉사료) 가격이 높아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관심이 뜨겁다. 한국골프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연도별 캐디피 추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중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2011년 평균 9만6400원에서 지난달 13만6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 2번의 라운드를 유지하면 월 400만~500만원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어서 캐디일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명문대를 나와 건실한 직장에서 사무직으로 일을 하다 목수가 된 20대 배모씨는 블루칼라의 장점으로 출퇴근, 승진압박, 직장 내 괴롭힘, 사내 정치 등 조직 내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무엇보다 땀 흘리는 만큼 벌어가는 정직한 시스템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목수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열심히만 하면 또래보다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국립대 공대를 졸업하고 도배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조모씨는 기업에서는 늘 하던 대로만 하라는 지시를 받다 보니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 내 일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숙련된 기술이 있으면 조직 내에서 중요하고 가치있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도배사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여전히 대학 나와 왜 노가다하냐는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능력이 되면 사무직 보다 고소득을 올린 수 있어 만족한다고 한다.

MZ세대 기술 전문가들은 의외로 기성세대보다 젊은세대가 기술직에 대한 편견이 더욱 크다고 말한다. 어르신들은 기술직에 대해 성실한 노동자로 좋게 봐주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주변 또래 친구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때가 많다고한다.이에 대해 청년 기술자들은 한결겉이 대답한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평가는 한순간일 뿐이며, 직장생활은 오래 해야 하는데, 그 찰나의 평가나 잠깐의 말들 때문에 평생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국가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지만, 모두가 대학을 졸업해 똑같은 직업을 향해 달려가는 건 경제의 경쟁력 차원에서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로인해 너무나 많은 ‘청년 패자’가 양산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모든 직업은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 자체로 직업의 다양성을 존중받고 충분한 보상받아야 마땅하다.

/김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