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온=이동규 기자] 갑작스럽게 인류에게 재앙이 찾아왔다. 많은 것들이 멈춰버렸고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쩌면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학교는 학생을 가르칠 수 없고, 기업은 돈을 벌 수 없었다. 하지만 빠르다면 빠르다 할 수 있는 시간 안에 많은 해결책이 만들어졌다. 비로소 일상을 회복할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계속되는 악순환 속, 일상을 돌려놓기 위해 어쩌면 그전보다 사회는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마치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 듯, 똑같은 사회 속에서 오직 빠른 것만을 중요시하는 한 나라가 있다. 관공서의 행정 업무는 물론 인터넷 속도, 물류 배송까지 오래전부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다름’이라는 없는 이 사회에서는 빠른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이 나라가 어디냐고? 눈치챘다시피 한국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발전되어 있다. 위에 말한 대로, 인터넷이나 물류, 행정 업무 등 과학 기술은 물론 사회적·경제적 발전도 빨리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어쩌면 아예 없어져 버린 국가가 될 뻔했지만, 지금은 세계 몇 위 안에 들 거대한 국가로 성장했다. 이처럼 속도라는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점은 재난에 대응하거나, 경제적 성장을 끌어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도 빠른 대처를 가능케 했다. 세계 곳곳의 선진국에서 벤치마킹한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당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대구의 대규모 확산 상황을 보고 저녁 11시 30분쯤에 코로나19 최초 확진자의 주치의에게 대규모로 환자를 검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주치의는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발표 자료까지 직접 준비했다.
하지만 이 문화 때문에 우리의 문화 발전이 지체되고, 과학 기술의 발전이 저해되거나 성급한 일반화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를 누구나 인지하고 있고, 우려하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하나의 ‘단점’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은 소통과 협동에 오해를 빚을 때가 많다. “한국인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라는 말과 같이, 대화의 앞부분만 듣고 상대의 입장을 속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해는 결국 갈등을 불러온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한 경제 성장을 비롯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가면 갈수록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확산했다. 그 시점에 태어난 이들은 아마 이 문화에 가장 잘 적응되어 있을 것이다. 직접 경제 성장을 겪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주역이 된 사람들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흔히 ‘Z세대’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불확실한 미래에 얽매이고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삶의 만족을 위한 당장 행복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다른 사람과 많은 교류가 있는 것을 싫어하며 단순하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등 개인주의 성향이 짙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에 반해서, 다른 세대들에 대해서 ‘나만큼은 제일 깨어있다’라는 노골적인 선민사상이 박혀있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나부터 먼저 챙겨 자립심이 강하고, 다가오는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을 살며 행복을 추구하는 세대가 바로 Z세대이다. 어릴 때부터 오직 ‘성공’만을 바라보며 청소년기에는 오직 학업만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의 교육에는 사교육이 빠지지 않고, 학교 수업은 ‘불필요’한 의무 교육이 되었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처럼 미래의 주축이 될 Z세대가 받는 스트레스는 그 어느 세대보다 극심하다. 학업은 물론, 정치 등 사회적 요인도 작용한다. 이 스트레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갈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학업도 사교육과 공교육의 존재적·필요적 갈등이고, 정치도 성향과 관점 사이의 갈등이다.
다만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이 모든 갈등이 좋지 않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갈등은 반드시 나쁜 것이며 집단 내에서 제거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갈등은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 일부이다. 부정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갈등을 통해 혁신적이고 비판의식이 갖추어져 있으며 창의적이고 변화 지향적인 생동감 있는 집단문화를 만들 수 있다. 삼권분립으로 견제 세력이 존재하여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발전하는 등 비폭력적인 갈등이 혁신적인 집단을 만든다는 것이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처럼 갈등을 통해 집단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특수한 갈등이 몇 있다. 단순히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도, 하나의 성장 과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몇 가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도덕성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사형제도 존폐 논란’은 여전히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를 위해 개인을 죽이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처벌하여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제도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특히나 더 논란이 되는 갈등 주제가 몇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에서는 별로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는 갈등 주제에는 대표적인 예로 인종차별이 있다. 한반도 역사상 타국과 함께 다민족 국가를 꾸려 성장한 역사는 오래되지 않는다. 애초에 한국의 황인종이 아닌 다른 인종이 사회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종차별이라는 문제는 한국에서 큰 화두에 오르지 못한다.
이 칼럼에서 나는, 한 청소년으로서 바라본 대한민국의 갈등 실태를 비판해보려 한다. 단순히 ‘빨리빨리’로 만들어진 갈등 외에, 차별과 편견 등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갈등에 대하여,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갈등에 대하여. 다만 이 글이, 대한민국 청소년 모두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관점에 따라,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다. 내 주관적 입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써보려 했다는 말을 먼저 독자에게 전한다. 수도 없이 많은 갈등의 종류 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서 더 크게, 더 많이 논란이 되는 ‘젠더’, ‘교육’, ‘세대’ ‘정치’ 갈등에 대해 살펴보자.
/이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