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온=최가은 기자] 2025년 9월 9일, 일본의 경주마 하루 우라라가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하루 우라라 모임’의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산통(급성 복통)이었으며, 여러 차례 의료 조치를 받았으나 결국 숨을 거두었다.
하루 우라라는 1998년 1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총 113번의 지방 경주에 출전했지만,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경주마였다. 준우승 역시 고작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과 불굴의 의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과거에 일본의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하루 우라라는 우리에게 지더라도 굴하지 말라는 희망을 준다”라며 그녀의 의지를 존중한 바 있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경주마를 넘어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남겼다. 존폐 위기에 몰렸던 고치 경마장은 하루 우라라의 인기로 폐업을 면할 수 있었고,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린 경제 불황 속에서도 일본인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하루 우라라의 마권은 ‘사면 교통사고와 정리해고를 피할 수 있다’라는 속설이 퍼지며 행운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다.
그러나 그녀의 길이 항상 밝지만은 않았다. 일부 경마업계 관계자들은 “보통 경주마가 이렇게 많이 패배하면 도축되는데, 하루 우라라만 특별 취급 받는 것이 불만스럽다”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한 현역 말년에는 마주가 예탁료를 내지 않고 도주하면서 소유권이 말소되는 바람에 살처분 위기까지 몰렸다. 다행히 ‘하루 우라라 모임’이 소유권을 인수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은퇴 이후 그녀는 치바현의 마사 팜에서 여생을 보냈다. 마사 팜은 하루 우라라를 ‘패배의 별’이라고 소개했고, 그녀는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았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에서는 의인화된 캐릭터로, ‘위닝 포스트’ 시리즈에서는 플레이 가능한 말로 등장하는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다뤄졌다.
비록 하루 우라라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그녀의 끝없는 도전 정신은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최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