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온=윤시영 기자)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톰 삭스(Tom Sachs)의 NASA 전시는 단순한 예술 전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우주비행사가 되어 탐사 임무에 참여하는 듯한 몰입형 체험이자, 예술이 과학을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실험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나는 실제 NASA의 기술과 장비를 연상케 하는 정교한 모형들에 압도되었다. 월면차, 탐사선, 미합중국 깃발, 모니터링 센터까지—모든 것이 마치 실제 우주기지를 축소해 옮겨놓은 듯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우주였다. 삭스는 NASA의 상징성과 과학적 권위를 빌리되, 그것을 예술적 상상력과 유머, 그리고 인간적인 결함으로 다시 엮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카메라를 활용한 연출과 기록의 방식이었다. 전시 곳곳에는 탐사 장면을 촬영한 듯한 영상과 사진이 배치되어 있었고, 관람자는 그 기록을 따라가며 우주 탐사의 ‘흔적’을 추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기록들은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예술가가 우주를 어떻게 ‘기억’하고 ‘재현’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삭스의 NASA는 완벽한 기술보다 인간의 욕망과 상상, 그리고 실패를 담은 우주다. 그는 우리가 우주를 어떻게 꿈꾸고, 어떻게 기록하며,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관람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시를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우주를 향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한 질문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질문을 기록하는 방식은, 톰 삭스처럼 예술의 언어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혹시라도 관심 있는 분은 직접 관람해 보길 바란다. 이상으로 칼럼을 마친다.
/ 윤시영 기자